JOURNAL/오늘의 출판사

[저자 인터뷰] 피아니스트 조영훈

2024. 0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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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어린 이의 작은 두 손 앞에 놓여있었던 희고 검은 악기
그렇게 피아노와 함께 살며 내가 만나고 있는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마음을 에는 고통과 애써 막아봐도 흐르는 눈물도 감출 수 없는 기쁨과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행복들도
그저 내가 좋아서 하나둘씩 유튜브에 올리던 영상들을 사람들이 함께 보기 시작했다. 어느새 내가 치는 장단에 사람들이 와서 같은 장단을 쳐주고 있다. 재미있고 신기한 일이다. 연주자로서 자신의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는데, 그렇게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다 보니 또 새로운 일들이 많이 생겨난다.

🎤 저자 인터뷰

피아노로 만나는 세상

피아니스트 조영훈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들이 많아졌습니다. 다양한 생각과 방향성을 가지고 활동하는 음악가들의 음악을 쉽게 누릴 수 있다는 것에 참으로 감사한 시절입니다. 수많은 음악가들 중 현대음악이 만난 피아니스트 조영훈 채널에는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할 훌륭한 감성과 음악적 해석이 담겨 있었습니다. 2020년 출간된 <K-POP 플레이리스트 발라드>에 이어 후속 도서를 집필 중인 조영훈님을 인터뷰했습니다.

현대음악 책에 담긴 곡들을 피아노로 연주하면서 원곡을 다시 한번 깊이 해석해 보게 된다는 독자분들이 많았습니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화성이나 악기 라인들을 찾아보는 의외의 즐거움도 있었고요. 편곡 과정이 궁금합니다. 원곡을 듣고 연주하고, 그것을 채보하여 악보화 하는 과정을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특별히 신경 쓰였던 부분이나 목표점이 있었을까요?

조영훈 사실 제가 피아노 악보를 직접 만드는 것을 이번 악보집 작업을 하면서 처음 겪어봤는데요. 제 기준에서 편곡이라는 건 그동안 리메이크라고 생각해왔어요. 원곡의 스타일이나 느낌을 변형시켜서 재탄생 시킨 것 말이죠. 그래서 제가 친 피아노 커버 곡은 편곡이 들어가지 않은 원곡 그대로를 들리는 대로 따라서 친 결과물이라고 여겼던 거죠. 그런데 작업 과정을 거치다 보니, 예전에 수많은 기악곡들과 가곡들을 피아노로 편곡해서 연주했던,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인 프란츠 리스트가 떠오르더라고요. 그 당시의 리스트 선생님께서도 비슷한 과정을 통해 연주하고, 또 악보로도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물론 원곡을 전체적으로는 잘 따라가면서 중간중간 피아니스틱한 테크닉을 가미시켜서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의미의 편곡도 리스트의 작품 속에는 들어가 있지만요. 가끔 저도 제가 표현할 수 있는 피아노 테크닉을 커버 곡에 넣기도 하니까 나름 비슷하다면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어쩌면 피아노곡이 아닌 곡들을 피아노로 칠 수 있게 만드는 그 자체로도 편곡이라고 해도 되겠죠? 악보화할 때 가장 신경 쓰이면서 또 어려웠던 부분은 멜로디 라인과 반주 부분을 처음 악보를 보시는 분들 – 혹은 노래를 모르시는 분들 – 이 잘 연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성부를 어떻게 잘 나눌까 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연주할 때는 몰랐던 - 정말 들리는 대로 연주하기 때문에 - 성부가 때로는 한 손에서 3개의 성부로 나뉘어질 때도 있더라고요. 이걸 악보로 모두 표현을 하기엔 너무 무리가 있겠다 싶어서 작업이 반복될수록 성부 분리는 최소화하면서 진행하게 되었어요. 저의 연주 스타일이 특히 오른손에 멜로디와 반주, 그리고 대선까지 같이 연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독자분들이 연주하시면서 자연스럽게 중요한 라인과 덜 중요한 라인을 구분해서 따라가실 수 있기를 막연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정도로만 악보에 표시하려고 해요.

현대음악 선곡 과정도 궁금합니다. 한국의 명 발라드 곡들을 선곡 하셨는데요. 선곡에 어떠한 방향성이 있었나요?

조영훈 우선 제가 빠르고 신나는 노래를 원래 잘 안 듣거든요. 애초에 플레이리스트가 어린 시절부터 발라드 장르에 집중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피아노로 자연스럽게 치게 되는 곡들도 발라드가 대부분이 되었죠. 한국의 발라드에는 우리나라만의 그 특별한 감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그 감성을 굉장히 좋아하기도 하고요. 선곡의 방향성이 있었다면 아마 제 마음의 방향성과도 같다고 해도 무방할 거예요.

현대음악 특별히 김동률 헌정 악보집이다라고 할 만큼 음악가 김동률 님의 곡들이 많이 실려 있습니다. 후속작에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김동률 님의 곡들인데요. 김동률 님의 곡과 조영훈 님 의 음악 사이에 어떠한 연결고리가 있을까요?

조영훈 흔한 사랑 노랫말도 있지만 김동률 님의 음악과 가사에는 인생이 담겨있는 듯하잖아요. 그리고 어쩌면 그렇게 가사와 멜로디가 딱 맞아떨어지는지, 마치 이 멜로디가 이 가사를 위해 원래 존재했던 것처럼요. 노래를 들어보신 분들은 모두 아실 거예요. 마법처럼 따라가게 되고, 어느 순간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지친 어깨를 어루만져 주는 듯도 하고요.
특히 김동률 님의 음악은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고 꼼꼼하게 만드시기로 유명하시잖아요. 그래서 피아노로 연주할 때도 자연스럽게 그것들을 표현하게 되니까 음악을 더 입체적으로 듣게 돼요. 같은 곡도 매번 집중하는 악기를 달리해서 듣는 재미도 있고요. 연결고리라고 하면 아마도 음악을 어떤 방식으로든 진심으로 대하는 데에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진심은 늘 통하니까요.

현대음악 악보에서 특히 돋보이는 것이 꾸밈음의 사용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교정 진행할 때에도 여러 차례 의견을 나누기도 했었는데요. 특별히 꾸밈음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있으셨나요?

조영훈 제가 평소 자연스럽게 들리는 대로 연주하다 보니 가수가 사용하는 창법에도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알앤비 스타일의 곡들은 피아노로도 표현할 때 굉장히 다양한 꾸밈음들을 사용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언제나 원곡 추종자입니다. 미세한 떨림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현대음악 제가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그런가요. 솔직히 연주가 좀 힘들었습니다. 뱁새 피아니스트가 황새 피아니스트 따라가다 손가락 찢어진다(ㅎㅎ) 라는 말처럼 왼손과 오른손을 망라하고 엄청난 도약과 옥타브 이상의 화음은 적당히 넘어가야 했습니다. 저처럼 연주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연주 팁을 주신다면요?

조영훈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도 제가 쳤던 곡들이지만, 제가 만든 악보를 보고 그대로 연주하는 것이 굉장히 까다로워서 ‘아차!’ 싶었어요. 시중에 없는 (초) 고급 버전의 가요 악보를 목표로 많은 분들의 손가락과 눈과 머리에 고통을 드리게 된 것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이런 악보도 하나쯤은 있으면 또 누군가는 연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던 리스트의 수많은 곡들도 사실 악보를 처음 보면 두렵거든요. 이걸 사람이 칠 수 있는 건가? 싶지만 꾸준히, 또 꼼꼼히 연습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연주가 되실 거예요. (그렇다고 너무 무리는 하지 마세요. 음표 몇 개 빼도 괜찮아요. ㅎㅎ) 악보를 먼저 만들고 연주하는 것보다 악보 없이 연주된 것을 옮긴 것이기 때문에, 연주가 어렵기는 해도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뜻이니까요(ㅎㅎㅎ). 저도 최근에 음표가 하나하나 모두 그려진 악보를 보는 것보다 코드와 멜로디가 그려진 악보를 보고 연주하는 경우가 많아져서인지, 코드를 보는 것이 좀 더 익숙하신 분들에게 악보를 읽으실 때 조금이나마 속도를 높여줄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해서 후속 악보집에는 코드를 삽입하여 작업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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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음악 후속 악보집을 기대하시는 독자분들께 스포 조금 부탁드립니다.
조영훈 이번에도 (제 기준) 명곡들이 많이 수록되었습니다. 뜻밖의 빠른 템포의 노래도 몇 곡 있고요. 난이도도 전작보다는 조금은 낮아졌다고 생각해서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또... 모르죠.) 취미부터 전공자까지 가요 연주를 원하시는 분들께서 많이 찾아주시면 시중에 많이 없는 악보 스타일인 만큼 고급 버전의 가요 피아노 연주를 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K-POP 플레이리스트 발라드>의 후속 악보집이 출간됩니다. 피아노의 88건반을 고루 사용하여 신나는 연주를 해 볼 수 있도록 재미있는 악보를 만들고 있으니 후속 도서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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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조영훈은 서울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하였고, 졸업 시에는 실기 우수 학생으로 선정되어 조선일보 주최 제73회 신인 음악회에서 데뷔 연주(세종체임버홀)를 가졌다. 이후 한국과 헝가리의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열린 ‘리스트 페스티벌’의 제1회 한국 리스트 콩쿠르에서 1위로 입상하여 특전을 받아 헝가리 리스트 국립 음악원 장학생으로 발탁되어 2년간의 석사과정을 헝가리 국영 라디오 클래식 프로그램 진행자이기도 한 Némethy Attila 교수를 사사하며 그의 다채로운 음악적 소양을 쌓았다.
영산아트홀, 영산그레이스홀, 이원문화센터, 모차르트홀,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 헝가리 리스트 뮤지엄 연주홀 등에서 리사이틀 및 독주 무대를 가졌다. 2006년에는 미국 뉴욕 헌터에서 열린 Amati Music Festival에서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뉴욕 Steinway Hall에서 독주 무대를 가졌으며 이는 뉴욕 클래식 라디오 채널 WQXR에 소개된 바 있다.
박종화, 신수정, 이혜전, 황윤하 교수를 사사하였으며, 현재는 한국 리스트협회(회장 황윤하) 총무로 협회 실무와 연주에 참여하고 있다. 아즈앙상블, 엠클래식 단원으로 매년 정기연주회 및 다수의 기획연주회 등을 통해 관객들을 찾아가고 있으며, 다수의 아티스트들과 협업하여 ‘KBS음악실’, ‘더 콘서트’, ‘열린 음악회’, MBC ‘배철수의 음악캠프’, ‘TV예술무대’, EBS ‘스페이스 공감’ 등에 출연했다.
클래식 음악 활동과 더불어 팝, 재즈, 국악, 탱고 등 다양한 음악 장르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활발한 연주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개인 유튜브 채널 '피아니스트 조영훈 / HOON TO-BE' 를 통해 음악으로 온, 오프라인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