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오늘의 출판사

[저자 인터뷰] 더 트리오: 이선행

2022. 06. 27

[저자인터뷰] The Trio Vol.1~2

기쁜 날을 위한 피아노, 바이올린, 플루트 트리오 연주곡집

트리오 1집, 2집을 발행하고 편곡자 이선행선생님과 책에 실린 곡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이것은 독자들과 함께 나누면 좋겠다'하는 생각이 들어서 편곡자의 설명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그 곡이 저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편곡할 때의 의도는 어땠는지를 알게 되시면 연주하실 때 참고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Q. 이번 작업하신 트리오 편곡의 특징은 무엇이 될까요?

A. 클래식과 실용음악에 걸치는 편곡 스타일이 아닐까요? 곡에 따라서 클래시컬하기도 하고 실용음악적이기도 해요. 저는 클래시컬한 편곡도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실용음악을 공부한 사람들이 연주하면서 대위적 화성을 익힐 수도 있고 클래식 전공자들의 경우는 재즈화성이나 보사노바 리듬으로 실용음악의 색채를 발휘할 수도 있는 재료가 됩니다. 예를 들면 쇼팽 에뛰드에 재즈화성을 썼지요. 하지만 군대행진곡은 고전시대의 화음진행을 그대로 가져다 썼어요.

Q. 그러면 곡마다 분위기가 다르다는 말씀이신데, 책을 보고 예를 들어 설명해 주시겠어요?

(마침 앞에 놓여 있던 2집부터 책을 살펴 봤습니다.)
슬라이드2.JPG
트리오 2집

백조 The Swan
첫 곡인 백조는 베이스 진행을 G-페달로 해서 기존 클래식적인 편곡과는 다른 접근을 해 봤어요. 하지만 화음과 리듬은 생상의 원곡을 그대로 가져다 썼죠. 원곡의 화음, 리듬이 최상이거든요.

뱃노래
이 곡! 너~무 예뻐요. 이 곡의 편곡을 마치고 나서 제가 얼마나 기뻐했다고요. 저에게는 이 곡이 차이코프스키를 알게 해 준 곡이에요. 이 사람이 멜로디를 이렇게 잘 만드는구나! 감동했었죠.

베토벤의 미뉴엣 Minuet in G
베토벤의 미뉴엣도 거의 원곡 그대로이지만 플루트와 바이올린이 폴리포니 화성으로 참여하죠. 짧은 소품이니까 이 정도로 좋다고 생각하지요.

아다지오 칸타빌레 Adagio Cantabile
아다지오 칸타빌레를 저는 처음에 팝 버젼으로 들었어요. 나중에 듣게 된 클래식 원곡이 훨씬 더 좋았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클래시컬한 분위기로 갔어요. 원곡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나중엔 플루트도) 라인을 주고 받아서 재미있게 연주할 수 있을 거에요. 24마디부터는 유니즌의 울림이 그대로 나오는데, 저는 이 곡이 누구보다도 연주자들을 위한 곡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부분을 연주해도 화성이 다 맞는데, 베토벤의 위대함을 다시금 느끼게 해 주는 곡이에요.

포레스트 검프 Forrest Gump
포레스트 검프 연주에는 여러 가지 버전이 있는데, 저는 OST에 가장 가깝게 했어요. 독특한 리듬의 곡이죠. 편곡을 마치고 나서 연주자들과 맞춰 보는데 원하는 사운드가 안나와서 계속해서 수정했던 곡이에요. 덕분에 이젠 아주 마음에 들어요. 아주 좋아요. 악보대로만 연주하시면 됩니다.

이별의 노래 Chopin Etude Op.10 No.3
잘 아시지만 쇼팽 에뛰드는 원래 피아노 곡이지요. 플루트와 바이올린이 주고 받다가 원곡 그대로 갔어요. 절제된 슬픔의 미학이랄까요. 리하모니제이션을 하면 분위기기 정말 달라져요. 플루트와 바이올린이 주고 받으면서 바이올린이 반주가 됩니다. 플루트는 멜로디이고요. 피아노는 리듬적인 background 를 깔아주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문 리버 Moon River
이 곡은 재즈 스탠더드의 한 곡이죠. 제 스타일의 재즈화성을 맛보실 수 있습니다. '피아노가 자신있게 누를 것'이 연주 팁이에요. 특별하게 달리 치실 건 없고 악보대로만 치시면 됩니다. 이 곡에선 리하모니제이션을 많이 했어요. 멜로디를 플루트와 바이올린이 주고 받는데 3/4박자의 경쾌한 왈츠곡이죠.

오버 더 레인보우 Over the Rainbow
역시 재즈화성을 썼는데요, 클라이막스에서 더블링한 것이 ‘터지는’ 느낌을 줍니다. 셈여림표를 그대로 지켜서 연주해 주세요. 재즈적인 화성이 특색인 편곡이라고 해야 하겠네요.

알비노니 아다지오 Albinoni's Adagio
이 곡은 정말로 느리게 쳐 주셔야 돼요. 악보 첫 마디에 Adagio ♩=60 이라고 적어 놓았어요.

러브 어페어 Love Affair
제가 무척 존경하는작곡가 엔니오 모리꼬네의 곡이라서 OST 원곡(원곡은 스트링이죠)에 충실하게 갔어요. 중반 지나서 플루트를 바이올린이 받는 부분은 조금 바꾸었지만요. 결혼식에서 연주하기 아주 좋은 곡이에요.

가브리엘의 오보에 Gabriel's Oboe
이 곡 역시 원곡에 충실했어요. 연주해 보시면 담박 아십니다. ㅎㅎ

Autumn Leaves
트리오 2집의 뒷부분, 그러니까 여기부터는 리듬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네요. 솔로가 나오거든요. 클래식을 전공한 연주자들은 '와! 내가 솔로를 했어!' 라고 하지 않을까요? 피아노의 역할이 중요해요. 푸그 기법에서 빌려온 대선율이 보사노바 리듬 밑에 깔립니다.

흑인 올페 Manhã de Carnaval
흑인 올페는 인트로가 몬뚜노 리듬이에요. 라틴이죠. 바이올린이 마치 타악기처럼 3 : 2로 클라베 역할을 해 줍니다. 보사노바로 들어가면서 바이올린은 멜로디를, 플루트는 대선율을 맡다가 마지막에는 신나게 끝나죠.

Smoke Gets in Your Eyes
역시 재즈화성입니다. 주문사항은 '느낌을 가지고 연주할 것'이에요. 원곡을 듣고 치시면 도움이 될 거에요. 편곡은 정말 잘 됐어요. 참 좋아요.

Blue Bossa
이 곡도 보사노바 곡이지요. 역시 솔로가 있어요.

So Nice
와! 경쾌하죠? 빠른 보사노바니까. 유쾌한 분위기의 곡이에요. 한 번은 멜로디에 대선율을 썼고요, 다음엔 리드미컬한 아이디어를 사용한 대선율이에요. 장난끼가 느껴지지 않나요?

The Girl from Ipanema
명곡이죠!! 역시 솔로가 있어요. 멜로디는 바이올린으로 가는데 플루트가 위에서 솔로를 해요. 플루트가 부각돼요. 스타카토로 나와서 아주 경쾌하게 들려요. 그렇다고 해서 플루트가 덮는 것은 아니에요. 바이올린이 멜로디이기 때문에 선율이 더욱 잘 들리게 되는 흥미있는 곡이에요. 끝에서 바이올린이 보사노바 리듬을 피치카토로 잡아줘요.

How Deep Is Your Love
저는 최근에 다시 Saturday Night Fever 를 봤는데, 음악이 정말 대단해요. 팝은 그때가 최고였던 것 같아요. 원곡에 충실하게 갔습니다.

Q. 여기까지 2집을 전부 봐주셨습니다. 수록곡에서 개성이 느껴지는데, 선곡에 특별한 기준이 있었나요?

A. 선곡요? 제가 좋아하는 곡들만 골랐네요. ㅎㅎ

Q. 재즈쿼텟을 이끄는 작곡자, 연주자이신데요, 자기 곡을 쓰는 것하고 이번 트리오 편곡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방법은 똑같아요. 똑같은 방법으로 작업하죠.

Q. 모티브만 다른 것이고 곡을 완성해 나가는 방법은 같다는 말씀인가요?

A. 네, 그렇게 생각하시면 돼요.

Q. 악기 연주를 하는 분들 중에서 이 책과는 다른 악기를 쓰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경우에 대해서 조언을 해 주시겠어요?

A. 연주자들은 대개 악보를 보시면 음역을 보고 결정하실 수 있어요. 곡마다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음색으로 보자면 두 대의 플루트나 두 대의 바이올린 편성 바꿈도 가능하고 군대행진곡의 경우는 음역이 비교적 좁으므로 성격이 맞는 다른 악기로 연주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Q. 이어서 1집도 설명해 주시겠어요?

슬라이드3.JPG
트리오 1집

1집의 앞부분에 있는 결혼행진곡, 미뉴에트(안나 막달레나 바흐 노트북), 축혼행진곡은 원곡에 충실하게 편곡했어요. 코드 바꿈 없이 깔끔하게 그대로요.

군대행진곡
결혼식에서 퇴장할 때 자주 연주하지요. 씩씩하니까 바이올린이 리듬으로 가요.

당신의 소중한 사람
원곡이 바이올린이에요. 그래서 편곡에서도 멜로디를 바이올린이 맡고 플루트는 대선율을 맡겼죠.

마블 홀 I Dreamt I Dwelt in Marble Halls
플루트는 멜로디이구요. 바이올린은 긴 음가로 화성을 넣어요. 두 번째 반복할 때는 서로 역할을 바꾸고요. 앞에 피아노 인트로가 있는데 이 인트로가 과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라데츠키 행진곡 Radetzky March
이 곡도 결혼식에 좋은 곡이에요. 빠른 템포의 행진곡풍인데다가 악기마다 소리가 가장 잘 나는 음역에 썼어요. 이 연주는 딱 세 사람이 연주해도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시원하고 화려하게 나와요. 진짜 화려해요. 맞춰 보면 아실 거에요.

시크릿 가든 Song from a Secret Garden
원래 바이올린 곡이지요? 바이올린으로 시작하고 플루트가 이어서 받는 진행인데요, 두 악기 사이의 화음을 들으면서 연주하시기 바래요.

쇼팽 왈츠 Chopin Op.64 No.2
원곡을 그대로 트리오로 옮겼어요. 바이올린에 대선율이 많이 나와요.

I Will
인트로에서 바이올린을 리듬 요소로 썼어요. 뒤에 가면 바이올린이 선율을 담당하지요.

첫날처럼 Comme au Premier Jour
인트로 2마디를 짧게 주고 바이올린은 멜로디, 플루트는 대선율을 연주하다가 나중에 역할이 바뀝니다. 클라이막스에서는 바이올린과 플루트가 화성으로 같이 갑니다. 끝에 아우트로도 있는 것이 특징이에요.

시칠리아노 Sicilienne
이 곡도 원곡에 충실하게 트리오로 편곡했어요. 베이스를 하행진행으로 바꾸어 쓴 게 나름 특징이 되겠네요. 멜로디가 계속되기 때문에 피아노 파트에서 반주 패턴을 몇 차례 바꾸었습니다.

Je Te Veux
피아노 연주자가 바쁜 곡이에요.16분음표가 많거든요. 플루트, 바이올린이 같이 선율이 나갑니다.

천사의 세레나데
처음에 바이올린이 멜로디를 연주하고 나중에는 플루트가 멜로디를 연주하죠. 이렇게 바뀌다가 클라이막스에서 화음을 연주합니다.

Someday My Prince Will Come
결혼식장에서 신부가 입장할 때 연주하면 좋은 곡이지요. 솔로가 있는 재즈곡이에요. 물론 재즈화성을 썼구요. 3/4박자네요.

Fly Me to the Moon
인트로가 3/4박자에요. 이후 보사노바로 갑니다. 멜로디가 두 번째 반복되는 부분에서 솔로가 나옵니다.

Q. 네, 수고하셨습니다. 예상보다 긴 인터뷰가 되었네요. 이번 작업을 통해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이 될까요?

A. 사람들이 이 곡을 들을 때, '어, 어떻게 한 거지?' 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래요. 다른 소리를 느끼고 어떻게 그 차이가 생기는지에 관심을 두다 보면 자신의 연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Q. 여기까지 책의 내용을 모두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A. 네, 감사합니다.
The Trio.png